
디즈니+는 단순히 디즈니 애니메이션만 제공하는 플랫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중세시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부터, 현대사를 반영한 감성 드라마, 그리고 팩션 요소가 가미된 첩보극까지 다양한 역사 기반 콘텐츠를 선보이며 OTT 시장에서 장르적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역사물’이라는 공통 키워드로 《라스트 듀얼》, 《킬링이브》, 《벨파스트》 세 작품을 추천하고 비교 분석해보겠습니다.
라스트 듀얼 – 중세 프랑스의 진실 공방
《라스트 듀얼》(The Last Duel, 2021)은 14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실화를 다룬 역사극입니다. 여성의 성폭력 피해 진술을 둘러싼 두 남성 기사 간의 결투를 통해, 권력과 명예, 진실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탐구합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 특유의 중세 재현과 묵직한 서사, 3인칭 시점 전개 방식은 관객에게 ‘누구의 기억이 진실인가’라는 심리적 긴장을 유도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시점 분할 서사’입니다.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남편, 가해자, 피해자)의 시선으로 보여주며, 진실이라는 개념 자체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특히 여성 주인공 마르그리트의 파트에서 드러나는 억압과 고립은 당시 여성 인권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현재의 젠더 이슈와도 맞닿아 있어 현대적 울림을 줍니다. 비주얼 측면에서도 중세의 질감과 사회 구조, 법정 제도, 무기를 포함한 문화 전반이 사실감 있게 재현되었으며, 역사물로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디즈니+에서 감상 가능한 이 영화는 단순한 중세 액션물이 아니라, 구조적인 폭력과 진실에 대한 성찰을 담은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킬링이브 – 현대의 정치적 팩션과 여성 서사
《킬링이브》(Killing Eve, 2018~2022)는 영국 첩보 작가 루크 제닝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BBC 드라마로, 디즈니+를 통해 국내에서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성 암살자와 여성 정보국 요원의 추격극이지만, 그 안에는 유럽 현대사의 그림자와 정치적 상징, 계급적 불안이 섬세하게 녹아 있습니다. 킬링이브는 실제 정치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루진 않지만, 냉전 이후의 첩보 구조, 유럽 각국의 정치적 상황, 그리고 여성 권력 구조의 균열을 팩션 형식으로 표현하며 ‘현대 역사물’의 범주 안에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빌라넬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폭력과 자유, 규율과 본능이라는 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 인상 깊습니다. 작품은 런던, 파리, 로마, 모스크바 등 유럽 각지를 배경으로 삼아 정치적 맥락과 공간의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킵니다. 이처럼 《킬링이브》는 여성 중심 서사를 기반으로 하되, 세계사적 코드와 정서적 층위를 갖춘 작품으로,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현대 팩션 역사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벨파스트 – 기억으로 남은 북아일랜드의 혼란
《벨파스트》(Belfast, 2021)는 감독 케네스 브래너의 유년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흑백 영화로, 1969년 북아일랜드 분쟁의 시작을 한 소년의 눈을 통해 그려낸 역사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역사적 사건을 정면으로 다루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가족의 삶과 감정을 중심에 놓고 있어 더욱 감성적으로 다가옵니다. ‘트러블스’라고 불리는 북아일랜드 내 카톨릭-개신교 간 갈등은 영국 현대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벨파스트》는 이를 정치적 해석보다는 인간 중심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어린 소년 버디의 시선을 따라가며, 무력한 가족이 선택해야 했던 ‘떠남’과 ‘남음’ 사이의 갈등을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의 나열보다는 기억에 남은 감정과 분위기를 통해 한 시대의 풍경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고전적이면서도 문학적인 연출이 특징입니다. 디즈니+를 통해 편하게 감상 가능한 이 작품은 역사물을 어려워하는 이들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입문작으로 추천할 만합니다.
《라스트 듀얼》이 중세의 명예와 진실을, 《킬링이브》가 현대의 권력과 여성 서사를, 《벨파스트》가 분쟁 속 가족의 삶을 다룬다면, 이 세 작품은 시대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모두 ‘인간’과 ‘기억’을 중심에 둔 역사물입니다. 디즈니+에서 감상할 수 있는 이 세 작품은 단순한 시대극을 넘어,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귀중한 콘텐츠이며, OTT 시대의 진정한 의미 있는 감상 경험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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